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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의 ‘취향’을 망치고 있을까?

by AI실험일지 2026. 5. 3.

요즘은 뭔가를 찾는다는 느낌보다, 그냥 보여준다는 느낌이 더 익숙한 것 같다. 유투브를 켜도, 넷플릭스를 열어도, 인스타를 열어도 그렇다. 예전에는 뭘 볼지 한참 고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고민할 틈도 없이 이미 추천 목록이 쭉 나와있다. 그리고 사실 별 생각 없이 그 중에 하나를 눌러서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게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상,쇼핑 등에 대한 것들이 알아서 자꾸 연관돼서 뜨니까 편리함이 가장 컸다. 내가 따로 찾아서 들어가지 않아도 알아서 떠주니 그게 가장 좋았던 것이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까?" 새로운 것도 좀 보고 싶은데 자꾸 비슷한 것만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쇼핑을 하더라도 계속 비슷한 느낌의 물건만 사게 됐다. 아마 요즘 대부분에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AI가 인간의 '취향'을 망치고 있을까?
AI가 인간의 '취향'을 망치고 있을까?

 

 

1. 어느 순간부터, 내가 고르는 게 아니라 ‘보여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요즘 나는 유튜브를 켜면 거의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뭘 볼지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첫 번째로 뜨는 영상을 누른다. 그러면 알고리즘이 알아서 다음 영상을 이어준다. 그렇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한 시간은 순식간이다. 심지어 내가 뭘 봤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 그냥 ‘계속 봤다’는 느낌만 남는다.

넷플릭스도 비슷하다. 메인 화면에 뜨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보다 보면, 선택이 쉬워서 좋긴 한데 가끔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직접 고른 게 아니라, 이미 골라진 것 중에서 고르는 느낌. 선택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선택의 범위 자체가 좁혀져 있는 상태랄까.

이게 편해서 계속 쓰게 되긴 한다. 실패할 확률이 낮고,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근데 계속 이렇게 소비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비슷한 것만 계속 보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영상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심지어 쇼핑까지도 비슷한 스타일만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분명히 이것저것 다양하게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취향이 좀 단순해진 느낌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가 추천해준 노래를 듣다가 새로운 장르를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서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책이 인생 책이 되기도 했다. 여행 가서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예상치 못한 취향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취향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그런 우연이 거의 없다. 대신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것’만 계속 보여진다. 이건 분명히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조금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걸 접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만 반복해서 소비하다 보면, 취향이 넓어지기보다 오히려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든다.

한 번은 일부러 추천을 안 보고 직접 검색을 해봤다. 근데 이상하게 뭘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선택지가 많아졌는데 오히려 더 막막했다. 그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원래 선택을 못 하는 사람이었나 싶어서.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냥 너무 오랫동안 ‘선택을 안 해왔던 것’에 가까웠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내가 고르는 감각은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시 그 감각을 되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다.

2. 내가 좋아하는 게 진짜 ‘내 취향’인지 헷갈릴 때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이거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까?”

예를 들어, 어느 순간부터 특정 스타일의 영상이나 음악을 계속 소비하게 된다. 처음엔 그냥 하나 재밌어서 본 건데, 그 이후로 비슷한 것들이 계속 추천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속 보게 되고, 어느새 그게 ‘내 취향’처럼 느껴진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내가 그걸 좋아했던 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냥 자주 보니까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니까 편해지고, 그래서 계속 보게 되는 흐름. 결국 좋아한다기보다는 ‘편해서 보는 것’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이게 신기한 건,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진짜로 좋아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스타일인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더 헷갈린다. 이게 원래부터 내 취향이었던 건지, 아니면 계속 노출돼서 그렇게 된 건지 구분이 잘 안 된다.

한 번은 일부러 평소에 안 보던 콘텐츠를 찾아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재미도 없고 집중도 잘 안 됐다. 괜히 시간 낭비하는 느낌도 들었다. 근데 몇 번 보다 보니까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나름대로 매력도 느껴졌다. 그때 깨달았다. 취향이라는 게 생각보다 고정된 게 아니라는 걸.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좋아한다고 믿고 있는 것들도, 사실은 어떤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것.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취향이라기보다는, 반복된 추천과 노출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취향일 수도 있다는 느낌.

물론 사람의 취향은 원래 계속 변한다. 그래서 이런 변화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문제는 그 변화의 방향을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AI가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걸 잘 못 느낀다는 거다. 나는 여전히 ‘내가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건 단순히 콘텐츠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요즘은 그래서 가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이걸 좋아하지?” 이 질문이 생각보다 어렵다. 근데 동시에,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3.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불편하게’ 선택하려고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습관을 조금씩 바꾸게 됐다. 거창하게 뭔가를 끊거나 하진 않았고, 그냥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예를 들어 유튜브를 볼 때, 가끔은 추천 영상이 아니라 직접 검색해서 본다. 키워드를 고민하면서 입력하는 그 과정이 처음엔 좀 귀찮다. 근데 그걸 몇 번 하다 보니까, 오히려 그 시간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보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니까.

또 일부러 평소에 안 보던 주제도 눌러본다. 사실 재미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근데 가끔은 예상치 못하게 괜찮은 콘텐츠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생각보다 크게 기억에 남는다. 추천으로 본 영상보다, 내가 직접 찾아서 본 영상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느낌이다.

음악도 비슷하게 바꿔봤다. 예전에는 추천 플레이리스트만 계속 들었는데, 요즘은 앨범 단위로 들어보거나, 아예 처음 보는 아티스트를 눌러보기도 한다. 실패도 많지만,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예전처럼 ‘찾는 재미’가 조금 돌아온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소비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냥 추천돼서 본 게 아니라, “왜 이게 좋지?”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단순히 소비하는 입장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는 느낌이 든다.

사실 AI를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 그럴 거다. 나도 여전히 추천 많이 본다. 편하니까. 근데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일부러 불편한 선택을 해보는 것. 그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취향이라는 건 단순히 ‘좋아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완전히 맡겨버리기보다는 조금은 직접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요즘 나는 여전히 추천을 보지만, 가끔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한다. 완전히 다른 걸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적어도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그 감각만큼은 잃지 않기 위해서.